중국 다국적 기업 비상
카피자 |
2005-05-28 08:33:51
중국 다국적 기업 비상
시장 싹쓸이 막기 위해 반독적법 시행될 듯
타격 예상되는 다국적 기업
중국 당국이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반독점법’을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반독점법이 실행될 경우 중국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일부 다국적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지 업계에서는 중국 상무부가 반독점법을 만들어 내년중 시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반독점법이 특정 외국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외국계 기업이 주대상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일부 다국적 기업은 일부 품목에서 중국시장을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양허안에 따라 개방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싹쓸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공상총국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내 직원 수가 1천 명 남짓 하지만 중국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PC에 MS 소프트웨어를 내장하는 데 성공해 시장점유율 95%를 자랑하고 있다. 코닥은 산터우와 샤먼, 우시 등지의 중국업체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감광재료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 다. 일본계 후지의 시장점유율 25%까지 더할 경우 두 개의 외국기업이 시장을 완전 장악한 셈이다.
또 미쉐린은 아우디, 폴크스바겐, GM, 닛산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과 거래하면서 타이어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고 있다. IBM은 서버 및 노트북 시장에서 각각 20%의 점유율을 지키는 중이다.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는 금융과 교육, 세관, 전신 등 중국 내 거의 모든 지주산업에 진출했다. 그 결과 연간 매출액 10억 달러에 중국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며, 중국 4대 통신회사를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다. 소니는 일반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해 전체 카메라 시장점유율이 20%에 육박한 상태다.
최근 중국에서 음료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업계는 경쟁이 심해 이윤 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무균 포장용기를 생산해 음료업계에 공급하는 스웨덴의 테트라팩사는 8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의 독점현상이 심화되자 중국정부가 외국기업의 투자에 새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 안 내놓고 자금만 빼돌려?
중국은 그동안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높은 수입 관세율을 유지하면서 외국기업들에게 중국 내 제조업 직접투자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직수입은 최대한 억제하면서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해서 기술을 내놓으면 시장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기업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시장을 내줄 수는 없다는 전략 때문이었고, 이는 실제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외국인 투자기업은 중국 전체 대외무역 실적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실업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에서 전체 취업인구의 20∼30%를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WTO 가입 후 3년여가 지나면서 시장 상황이 당국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는 것. 중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2004 중국 내 다국적 기업 보고서’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중국 당국이 다국적 기업의 시장독점을 우려하는 것은 역시 돈 문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은 내놓지 않으면서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상당액을 해외로 빼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1992년 이전에는 중국의 국내총수입(GNI)과 국내총생산(GDP) 금액이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1993년부터 2003년까지는 GNI가 GDP보다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를 두고 매년 약 1천억 위앤(121억 달러) 이상이 외국 국민의 재산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보다 걱정하는 것은 시장개방의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싹쓸이하는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 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은 경쟁상대일 뿐
반독점법은 대략 내년중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기업도 독점규제의 대상이 되면 법적용을 피할 수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법은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데 시장의 시각이 일치한다.
코트라 중국지역본부 관계자는 “반독점법의 시행은 외국기업에게 있어서는 중국의 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한다. 중국 내수시장이 사실상 전면개방 상태로 들어간 이상 이제 외국기업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라오펑여우(老朋友 : 친한 친구)’라기보다 철저하게 경쟁상대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
나아가 이 관계자는 “함께 돈을 벌 수 있으면 친구로 남겠지만 외국기업만 벌어간다면 적으로 간주될 것” 이라면서 “어제의 친구라도 앞으로 적군이 된다면 반독점법에 의한 집중 단속대상이 될 것이며 그 강도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기업들로서는 두 가지 방향의 대응책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중국의 반덤핑법이 종래의 ‘반불공정 경쟁법’보다 매우 강화된 것이긴 하지만 EU의 경쟁법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WTO 회원국이 된 이후로 앞으로도 시장개방은 가속화하겠지만 각종 행정규제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장독점 상태로까지 가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반독점법에 의한 단속은 물론, 세금문제를 포함해 종래 눈감아주던 부분을 들춰내는 방식으로 새로운 규제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로서는 시장점유율에 상한선을 둘 수도 없는 입장이고 보면 시장을 가져가는 대신 다른 무엇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중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공익사업 또는 자선사업 참여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요인은 중국진출에 나서는 우리기업들 역시 앞으로 치러야 할 추가비용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