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곤산김  |   2005-05-07 00:11:03
2005년 3월 어느 날 항주에서 상해로 오는 고속버스 안이었습니다. 항주를 출발하고 나서 조금 있다가 내 앞쪽에 앉은 아가씨가 ‘버스가 도착하는 종점에서 무슨 무슨 동네가 멀지 않느냐 ’고 묻더군요. ‘나도 모르겠다’ 고 대답했더니 제 옆에 앉은 아가씨가 대신 답변해 주더군요. 앞에 앉은 아가씨는 보아하니 나이는 스물을 갓 넘긴듯하고 얼굴도 가무잡잡하고 옷차림새로 보아 도시처녀는 아닌 듯 보였습니다. 그 처녀는 가방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먹을 것을 꺼내서 먹다가, 동그란 빵이 낱개로 포장되어 여러 개 들어있는 봉지를 뜯어서 내게 건네주면서 하나먹으라고 권하더군요. 나는 원래 비위가 약해서 버스 안에서 뭘 먹거나 피곤할 때면 차멀미를 잘하는 편이라서 평소에도 버스 탈 때는 항상 먹는 것을 삼가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 처녀의 성의를 생각하여 한 개를 꺼내어 먹었습니다. 잠시 후, 이번에는 해바라기 씨를 건네줘요. 사양할 수가 없어 조금만 집으니까 그 처녀는 조금 더 집어가라고 자꾸 권하더군요. 그러는 사이,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더니 길게 정체된 차량행렬의 맨 뒤에 가서 서더군요. 다른 여러 중국 사람들의 지껄이는 소리,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는 소리 등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을 합쳐 종합 정리해보니, 당일 고속도로 상에서 짙은 안개로 다중추돌사고가 발생하여 정체된다는 것입니다. 정체가 1시간이 가까워지자 버스안 사람들이 각자 관계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그때 앞 처녀가 내게 전화 좀 빌려달라더군요. 전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상해의 종점에 자기를 마중 나올 사람한테 차가 연착한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참을 지나 정체가 풀리고 차는 다시 달리고 있는데 내 전화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번호를 보니 내가 아는 번호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그 처녀에게 온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전화를 받으니 받자마자 상대방이 끊어버리더군요. 잠시 후 다시 그 번호가 걸려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전화기를 그 처녀에게 주고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참을 가는데 그 처녀가 다시 전화 좀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중국에서는 휴대폰은 받을 때도 요금이 부과되고, 지역을 벗어나면 요금이 틀려집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전화요금보다도 그 농촌처녀가 휴대전화도 없이 도시로 가는데, 그것도  공교롭게도 두어 시간 연착을 하게 되니, 약속한 사람과 약속한 장소에서 잘 만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 되어서 내 전화를 몇 번이라도  필요하면 빌려 줄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럭 저럭하는 사이에 치는 종점에 가까와지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앞 처녀가  세 개 남아있는 빵 봉지를 내게 내밀었습니다. 나보고 가져가 먹으라는 뜻이었습니다. 괜찮다고 사양하는데도 굳이 내게 들이미는 것이었어요. 마지못해 받고나서 조금 뒤 기회를 봐서 다시 그 처녀에게  돌려주려 했습니다. 그 처녀는 극구 거절하며 ‘뿌츨러’ 하고 말하더군요. '뿌츨러‘는 내가 배운 중국어 의미로는 분명히 ’안 먹는다’는 뜻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심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럼 아가씨가 안 먹으니까 내가 먹으라는 얘긴가? 나도 먹기 싫은 데? 사실 저는 밀가루 것이 몸에도 맞지 않고 단 것, 과자류, 콜라등의 음료수류는 거의 입에 대지 않습니다. 처음에  하나 먹은 것도 그녀의 성의를 거절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먹은 것인데...... 세 개 남은 빵 봉지를 자기가 안 먹는다고 내게 억지로 맡기다 싶이 하니 이를 어쩌랴? 아마도, 그 처녀는 내 전화를 수 차례나 빌려 쓴 것에 대해 어떻게든지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으리라. 그 감사 표시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오히려 거추장스러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녀로서는 그렇게라도 감사하지 않으면 그녀의 미안함이 내가 받는 거추장스러움보다 훨씬 크리라. 만약 내가 끝까지 안받으며 ‘나도 안 먹어요’ 하고 말해 버린다면 그 처녀의 순정에 큰 상처를 입히리라고 생각하며 빵 세 개를 중국 처녀의 순정과 함께 가방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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