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세 아동, 뇌 유전자 편집 임상 시험 중 사망... 의료진 1년간 은폐
국제부 |
2026-08-04 19:18:21
[SOH]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의 뇌를 표적으로 한 유전자 편집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6세 아동이 사망했음에도, 이를 1년 가까이 철저히 은폐한 채 국제 학술지에 성과 논문을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전 세계 과학계에 거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와 학술 부정 감시 플랫폼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의 공동 탐사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의대 부속 신화병원의 치우쯔룽(Qiu Zilong)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5년 3월 유전자 교정 치료제를 투여받은 6세 여아가 일주일 만에 사망한 사건을 공식 기록과 논문에서 은폐했다.
■ 부모, "걸을 수 있다"는 설득에 거액 후원
사망한 환자는 발달 지연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 질환인 ‘스나이더스-블록-캄포 증후군(Snijders Blok-Campeau syndrome)’을 앓고 있던 6세 여아 메이(가명)로 확인됐다. 이 질환은 인지 장애 등을 동반하지만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치명적인 중증 질환은 아니었다.
그러나 치우 교수팀은 크리스퍼(CRISPR) 염기 교정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뇌 세포의 유전자를 바꾸면 아이가 걷고 말할 수 있다며 부모를 설득했다. 이에 부모와 친지들은 아이를 고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려 86만 달러(약 12억 원)라는 거액의 자금을 모아 연구팀에 치료비로 후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의 염원과 달리, 연구팀이 시술 전 실시한 영장류(원숭이) 실험에서는 이미 심각한 간 및 신장 손상 등 치명적인 독성 반응이 나타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위험 신호를 묵살했으며, 환자 부모에게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시술을 강행했다.
메이는 2025년 3월 척수액을 통해 유전자 치료제를 주입받은 직후 고열과 다발성 장기 부전 증세를 보였으며, 극심한 고통 속에 시술 단 7일 만에 사망했다. 병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치료제 과다 투여 및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한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판명됐다.
■ '환자 사망'은 침묵... 동물 시험 성공만 발표
치우 교수 연구팀은 아이가 사망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6년 초,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해당 유전자 교정 기술의 성공을 알리는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해당 논문에는 생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 결과만 보고됐을 뿐, 메이에 대한 임상시험과 그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후 언론의 폭로로 전말이 드러나자, 네이처 측은 '논문 투고 및 심사 과정에서 환자 사망이나 인간 임상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부모 측이 후원한 86만 달러의 사적 펀딩 내역 역시 논문의 재정 지원(Funding) 출처 목록에서 흔적도 없이 삭제되어 자금 세탁 및 은폐 의혹을 더하고 있다.
■ 중국 바이오메디컬 규제의 허점 ‘IIT’ 악용
이번 사건은 중국 의학계의 고질적인 규제 공백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우 교수팀은 중국 국가의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엄격한 승인을 우회하기 위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IIT)’ 제도를 악용했다.
중국 법률상 IIT는 국가 기관의 허가 없이 병원 자체 윤리위원회의 심의만 통과하면 의사가 책임하에 환자에게 신약과 시술을 적용할 수 있는 허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신화병원 윤리위가 치우 교수팀의 무리한 실험을 방조하고 묵인해 준 셈이다. 이 병원은 사건 발생 후 현지 보건 당국으로부터 고작 24,000위안(약 450만 원)의 가벼운 벌금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 제2의 ‘허젠쿠이 사건’… 유전자 편집 윤리 재조명
의료진이 아이의 사망을 숨긴 채 논문을 조작해 발표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메이의 부모는 "더 이상 우리 아이와 같은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네이처 논문의 즉각적인 철회와 연구진의 사법 처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상하이 자오퉁 대학교 측은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 측 역시 해당 논문에 공식 ‘에디터 노트(Editor's Note·편집자 주)’를 게시하고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논문 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과학계는 이번 사태를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 사건’에 버금가는 중대한 생명윤리 위반이자 학술적 기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바이오테크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과도한 야욕으로 인간의 생명윤리와 임상 투명성을 저버렸다"며 중국 의학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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