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작가 : 청현

[SOH] 거리 곳곳 청연한 녹빛이 가득한 6월,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냈다. 쉬엄쉬엄 집근처 안양천을 돌아보니 양안에 자전거 타는 인파가 형형색색 장관이다. 축구장, 야구장, 양궁장 곳곳마다 즐거움을 찾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풀숲이 무성하니 새가 모여들고, 물 생태가 회복되니 물오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 자연이 돌아오니 사람들이 몰려오고, 사람이 모이니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란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이다. 온갖 동물이 생을 즐김을 이르는 동양문화의 고전적 이상향을 뜻하는 말이다. 안양천 생태환경 복원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연비어약이 안성맞춤이다. 야생 물오리들이 짝을 지어 날아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마치 활주로 위로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를 보는 듯하다.

마치 등용문을 찾아 헤매는 듯 자넘이(越尺) 잉어가 지천(至賤)으로 여기저기 유영하는 모습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냇가 깊숙한 곳에 조성한 돌무더기 위에 왜가리 한 마리가, 요지부동으로 두 시간은 족하다 싶게 수상관(水上觀)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상형문자 ‘觀’을 보는 듯하다.

물오리 한 쌍이 자맥질하는 정경이 ‘수조부환몰(水鳥浮還沒)’이라는 한시의 한 구를 연상케 한다. 나도 휴게정자에 홀연히 앉아 제 흥에 겨운 나머지 칠언절구 한 수를 즉사(卽事)하여 안양천 풍류를 읊어본다.

생태복원 안양천  生態復原 安養川

수생어족 복락원  水生魚族 復樂園

천변방초 청초화  川邊芳草 靑超華

수상조류 비유락  水上鳥類 飛游樂

안양(安養)이란 본래 불가에서 연유된 말로 극락과 정토를 의미한다. 한때 오폐수로 썩어가던 안양천이 정화를 거듭해 생태가 복원되어가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뒤바뀐 모습 같다. 나무, 물고기, 새, 그리고 인간이 모두 떠났던 안양천에 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게 됐으니 말이다.

인류의 사대문명 발상지가 모두 큰 강을 유역(流域)으로 삼았듯이 서울시가 각 지천(枝川)을 축으로 재개발한 것은 지리적 순리에 따른 것이다. 한강의 수변 종합생태 복원으로 유입 지천의 생태환경도 괄목할 만큼 개선됐고 사람에게도 다양한 즐거움과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듯, 인간도 본성을 되찾아가는 것이 기본 도리(道理)가 아닌가. 생태복원은 사람이 자연에게 준 선물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결국 본성을 되찾아가야 하는 건 자연과 인간이 모두 함께 가야할 길(道), 인문 지리적 복합생태복원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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